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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모란 홍콩반점, 익숙한 맛 그리고 기대했던 맛

by 김세오 대리 2020. 4. 27.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땐, 짬뽕이 답 아니겠는가."

 

쌀쌀한 날씨, 짬뽕 국물이 생각나는 오후였다. 매운 국물이 윗윕술을 적시기가 무섭게 짭짜름한 국물이 입안을 맴돌다 결국 그 칼칼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리는 일련의 익숙한 과정 그리웠었다.  

나는 적당한 중국집을 찾아 헤맸지만, 이 거리에는 생각보다 중국집이 많지 않았고 걷다가 지쳐 다른 무언가로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홍콩반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백종원의 중국집이구나..

 

모란 홍콩반점

 

문를 열고 들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아르바이트 생이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도와주겠단다.. 딱히 도움 받을 일 없는 짬뽕 주문이라, 도와주기도 전에 나지막하게 '짬뽕 하나요.'로 아르바이트 생의 번거로울 발걸음을 아껴주었다.

 


 

백종원의 홍콩반점

생각보다 넓지 않은 공간, 2층도 있는 듯 했는데 그쪽이 더 넓은 공간인 듯 싶다. 난 1층 출입구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촉촉한 단무지와 썰린 양파들을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요즘의 중국집에서 제공하는 양파들은 매운 맛이 덜하기 때문에 그냥 생으로 먹어도 먹을만 한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주문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대낮부터 소주를 곁들여 짬뽕과 자장면, 탕수육(군만두 서비스)이라는 중국집 인기메뉴 조합을 한 테이블 가득 올린 곳도 있었지만, 전혀 부럽지 않았다. 난 지금, 그저 칼칼한 짬뽕 국물이면 족하단 말이다. 이 순간만큼은 안분지족의 현인.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더디게 흐른다. 

 

주문한 짬뽕이 나오기 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짧은 기다림의 시간을 길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벽에 붙어 있는 여러 포스터를 보니 불맛이 살아있는 짬뽕이라고 한다. 불맛을 살리느라 이리도 늦게 나오는가..

 


 

홍합짬뽕, 그래 이 맛! 

향긋한 불맛이 가미된 홍합짬뽕

 

이윽고 하얀 김을 뿜어 올리며 내 앞에 나타난 짬뽕. 저 홍합과 오징어 밑에 그 붉은 국물의 수면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쫀쫀한 면들.. 양손으로 조심스레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맛 보았다.

윗윕술에 닿는 따뜻하면서 매운 국물, 입안으로 넘어오는 붉은 국물에서 향긋한 불맛이 났다. 홍합과 오징어 등의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은 적당한 조미료의 맛과 어우러져 익숙한 짬뽕의 맛을 냈다. 그래 이게 짬뽕국물이었지.. 

특별할 것 없는 짬뽕 맛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은 짬뽕이었다. 익숙한 맛, 딱 기대했던 맛에 살짝 더해진 불맛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었달까? 그 익숙한 맛이 너무 좋아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국물을 싹 비워내고 말았다. 날이 좀 더 추워지는 날이 오면 이곳에서 다시 짬뽕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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